Operation : Doomsday Love
투예 모듈 <집수장치> 스토리 번역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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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다가오고 교실 창밖에선 벌써 해를 볼 수 없었다.
어두운 붉은 빛이 거센 바람에 밀려왔고, 탁한 공기에 가려진 태양은 하늘에 걸린 흐릿한 노란 원이 되어 주변의 검붉은 하늘을 짙은 주황색으로 물들였다.
건조하고 뜨거운 공기에 답답했던 투예는 옷깃을 잡아당겼다. 그는 창밖으로 펼쳐지는 모래먼지를 계속 관찰하며 수업이 끝난 뒤의 계획을 고민했다.
강풍에 섞여 있던 모래가 탁탁 소리와 함께 유리에 부딪히면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긴 수염의 노교수는 마지못해 강의를 멈추고 소음이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그때 투예는 무너진 흙담 밑, 자욱한 모래바람 속에서 끊임 없이 떨리는 서양 보리수나무 한 그루를 발겼했다. 그것의 성긴 가지 끝엔 꽃봉오리가 남아 있었다.
"쯧......" 투예는 책을 덮어 가방에 쑤셔넣고 몸을 숙여 뒷문으로 빠져나가려 했다.
"자네는 이미 그런 지식에 통달했다 생각하나 보군, 투예 양?"
"엇?!"
투예가 고개를 들자, 강단에 있던 노교수가 팔짱을 낀 채 자신을 언짢은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방금 무슨 말을 했지, 투예? 맞히면 학점을 깎지 않겠네." 노교수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원인은 냉각수 배출 밸브에 필요한 압력차가 부족하여 냉각기의 증기가 누출되었기 때문입니다."
"아직 거기까지는 말하지 않았네만, 투예 양."
"곧 말씀하실 거 아닙니까? 투예는 눈썹을 치켜올려 웃는 얼굴을 만들었다.
그렇게 반항적인 학생에게 노교수는 한숨만 쉬고 마지못해 답할 수 밖에 없었다.
"좋아, 냉큼 나가보게. 자네는 여기서 방해만 되니까."
"그럼 제 학점은요?"
"흥, 이번엔 됐어, 하지만 다음 번엔 안 돼."
목소리를 가다듬은 노교수는 강의를 계속 이어가려 했으나, 뜻밖에 들려오는 투예의 다음 말에 수염이 곤두섰다.
"사실 교수님이 깎아도 상관 없어요, 제 학점은 진작 졸업 학점을 넘었으니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투예는 가방을 들고 밖으로 뛰쳐나갔고, 남은 문만 천천히 닫히며 삐걱거렸다.
"이 망할 녀석, 돌아와!"
노교수의 숨가쁜 포효 소리가 강의실에서 울려퍼졌고, 투예는 웃음소리와 함께 복도에서 멀어져 갔다.
몇 년 후, 투예는 지금도 그 교수와 편지 주고받기를 이어가고 있다. 학창시절의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편지를 쓸 때마다 투예는 배낭의 응축 집수 장치를 내린 다음 창턱의 화분에 물을 주었다. 화분에서 자라는 것은 무성하고 아름다운 서양 보리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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